언약 내러티브

27장 협상

이원범 2021. 6. 21. 12:15

  모세와 아론은 이집트로 가서,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들을 불러 모았다. 아론이 여호와께서 주신 말씀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대체로 신뢰하는 분위기였으나 소수의 신중론을 고집하는 자들도 있었다. 모세에 대한 의구심에 더해 혹여 지배국을 자극하여 불똥이 떨어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모세가 지팡이와 손으로 권능을 행해 보이니 금방 낯빛이 달라졌다.

  “와— 하나님이 우릴 위해 구원자를 보내셨다!”

  “이, 이건 기적이야.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분명해.”

  그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이 겪은 고난을 살피시며 그들의 고통을 모두 알고 계심에 감격했다. 자리에서 엎드려 경배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렸다. 이후로 둘은 본격적으로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한 사역에 나셨다. 이 일은 이집트 왕이 선뜻 허락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모세는 아론과 함께 왕을 알현하였다.

  “왕 뵙기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못 보던 얼굴이군. 히브리 노예들의 대표로 온 것이냐?”

  “예, 왕이시여. 저희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전하러 왔나이다. 주님께서는 ‘내 백성을 놓아주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의 절기를 지키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저희 이스라엘은 그분의 뜻대로 이집트를 나가야 하나이다.”

  이집트 왕 람세스는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

  “여호와가 누구냐? 난 그를 모른다.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그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을 내보내야 한단 말이냐?”

  모세와 아론은 다시 한번 그에게 간청하며 하나님 앞에서 복종할 것을 촉구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의 화만 잔뜩 돋우고 밖으로 쫓겨났다.

  람세스는 노동 감독관들과 작업 반장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봐라, 앞으로는 히브리인들이 벽돌을 만드는 데 쓰는 짚을 더 이상 주지 말아라. 그러나 절대로 생산량이 줄어들어서는 안 될 것이야. 알아들었느냐? 저들이 게을러서, 그들의 하나님께 희생제를 드리러 가게 해 달라고 하면서 떠드는구나. 그들에게는 더 힘겨운 일을 시키고, 그 일만 하게 하여서, 허튼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게 하여라.”

  그 이후부터, 이스라엘 백성에게 벽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짚을 제공받지 못하여, 어디서든지 짚을 구해서 매일 할당된 양의 벽돌을 생산해 내어야만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그들은 돌변하여 모세와 아론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결과가 이렇게 되자, 모세는 낙심하였다.

  “주님, 어찌하여 이 백성에게 이렇게 괴로움을 겪게 하십니까? 정말, 왜 저를 보내셨습니까? 제가 왕에게 가서 주의 이름으로 말한 뒤로, 이 백성의 사정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저들을 구하신다고 하셨는데 전혀 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하나님은 앞으로 있을 일을 예고하시며 그의 조상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언약하신 바 그의 선하신 뜻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약속을 주셨다. 하나님은 그의 강한 손을 펼쳐 이집트를 치시므로 그의 크신 권능을 그곳에 드러내실 것이다. 모세는 다시 힘을 얻고 하나님의 분명한 약속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진 종살이에 지쳐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전혀 지원해 주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셨다.

  모세와 아론은 두 번째로 람세스와 접견하였다. 그는 여전히 고자세로 완강한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

  “너희는 또 무슨 일로 왔느냐? 또 여호와인지 뭔지하는 신의 이름으로 내게 명령하려는 게냐? 너희가 그의 사자라면 이적을 보여서 그것을 입증해 봐라.”

  “파라오여, 여호와께서는 친히 그의 강한 손을 펼치사 그의 크신 능력과 위엄을 나타내 보이실 것입니다.”

  모세의 선언과 동시에, 아론이 지팡이를 람세스와 그의 신하들 앞에 던졌다. 그러자 그것이 곧 뱀으로 변했다. 이것을 본 람세스는 궁정 마술사들에게 같은 이적을 보여 주라고 명령했다. 그들도 자기들의 마술로 똑같이 했다. 그들이 각자 자기 지팡이를 던지니, 그것들이 모두 뱀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때에 아론의 지팡이가 그들의 지팡이들을 삼켜 버렸다.

  “이것이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이십니다.”

  “흥! 별로 대단한 것 같지도 않구나. 상대하고 싶지 않으니 썩 나가라!”

  람세스는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집을 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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