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29장 쇠고집

이원범 2021. 6. 21. 12:40

  협상은 진전이 되지 않고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곤란할 땐 거짓으로 애원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약속 파기를 반복하는 그의 술수에 모세와 아론은 곤욕스러워하였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파라오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설명해 주셨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와 그의 신하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만드셨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세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대적하므로 큰 징벌을 자초하였다. 하나님은 이집트에 재앙을 내리심으로 그의 크신 권능과 백성을 향한 사랑을 나타내시고, 이스라엘의 오고 올 세대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하려 하심이었다. 모세와 아론은 다시 힘을 얻어 왕을 알현했다.

  “또 네놈이냐?! 아이고, 내 팔자야.”

  “왕이시여.”

  “안 된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이 놈들아!”

  “······언제까지 반항을 계속하실 것입니까? 이제 백성을 놓아주십시오. 만약 거절하신다면, 주께서 온 땅에 메뚜기 떼가 뒤덮게 하실 것입니다. 메뚜기들이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고 남은 것을 모조리 먹어 치워 심각한 재난이 될 겁니다.”

  모세가 발길을 돌려 파라오 앞에서 물러나왔다. 궁내 신하들이 떨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왕께 간청하였다.

  “파라오여, 부디 저들을 놓아 보내소서. 언제까지 당하고만 계시렵니까? 이 나라가 거의 망할 지경까지 간 것을 알지 못하시나이까?”

  신하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집트는 지난 수개월간 연이은 재앙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데다, 메뚜기 떼까지 들이닥치면 국민들이 굶어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심하도다, 한심해. 그 자들을 불러오너라.”

  람세스는 신하들의 압력에 못 이겨 생각을 돌이켰다.

  “좋다. 너희가 가는 것을 허락할 테니, 가서 너희 하나님을 예배하여라. 허면 너희와 함께 갈 사람들은 누구냐?”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를 드려야 하므로 젊은이와 노인들, 아들과 딸들, 양 떼와 소 떼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왕은 그들이 전부 나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과 이집트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또다시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는 안 된다! 너희는 지금 할 일을 내버리고 여기서 내뺄 생각을 꾸미는 게 분명하다. 애들은 놔두고 장정들만 가도록 해라.”

  그는 이 말과 함께 모세와 아론을 쫓아냈다. 역시 말로는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모세가 땅 위로 지팡이를 내밀자, 동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밤 사이로 메뚜기 떼가 날아들더니 아침이 되어서는 이집트 전역을 덮을 만큼 엄청난 숫자로 운집했다. 온 땅을 뒤덮은 메뚜기로 인해서 땅은 새까맣게 되었다. 메뚜기들은 밀과 귀리며 채소와 열매 등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은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벌거벗은 나무와 텅 빈 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람세스는 심한 곤경에 빠져, 모세와 아론을 급히 불러들였다.

  “내가 너희와 주 너희의 하나님께 죄를 지었다. 부디 이번만은 나의 죄를 눈감아 다오. 너희 하나님께 기도하여 이 재앙이 나를 건져 달라고 해다오!”

  람세스는 이렇게 간절히 애원하였다. 이전의 거만하던 태도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모세는 궁을 나와서, 하나님께 메뚜기 떼를 몰아내 주시기를 기도하였다. 그러자 강한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면서 메뚜기 떼가 홍해로 밀어나 사라졌다. 그러나 람세스는 전처럼 고집을 부리며 백성을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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