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30장 이스라엘의 해방

이원범 2021. 6. 22. 09:00

  아무런 성과없이 시간만 흘렀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람세스는 결코 신용할 만한 자가 못 되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다음 지시를 내리셨다.

  “하늘로 네 손을 들어라. 이집트 땅에는 손으로 더듬어야 다닐 수 있을 만큼 짙은 어둠이 내릴 것이다.”

  모세가 하늘을 향하여 손을 들자, 짙은 어둠이 사흘 동안 이집트 땅에 내렸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어서 손으로 더듬어야 다닐 수 있을 만큼 어두웠다. 다만 이스라엘 자손이 거하는 곳은 예외여서 그곳에는 빛이 있었다.

  람세스는 모세를 불러들였다.

  “너희는 가서 주께 예배하여라. 단, 너희의 양과 소는 남겨 두고 너희의 아이들만 데리고 가라.”

  “저희는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그 짐승들로 희생제를 지내야 합니다. 저희가 하나님께 드릴 짐승과 제물들을 가져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 가축들은 저희와 함께 가야만 하며 남겨둘 수 없습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람세스는 화가 들끓어 참을 수 없었다.

  “당장 내 앞에서 썩 꺼져라! 내 앞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가는 죽을 줄 알아라.”

  “옳은 말씀이십니다. 저도 다시는 왕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모세 역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육 개월 동안 이집트인들은 과거에 유례가 없는 대재난을 연거푸 당하고서 하나님이 얼마나 두려우신 분인지 깨달았다. 그의 사자로서 모세의 이름도 고관들과 백성들 사이에서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그들의 왕이 끝까지 이스라엘을 놓아주지 않음으로 인해, 또 한 차례의 재앙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왕의 맏아들에서부터 맷돌 가는 여종의 맏아들에 이르기까지, 이집트에 처음 태어난 모든 것을 진멸할 계획이셨다. 모세는 그 마지막 재앙에 관하여 파라오 앞에서 경고하였다. 그러나 파라오는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하나님께서 그를 심판하시기로 결정해 놓으셨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오만은 나라와 백성을 불행에 빠뜨리며 망하는 길로 인도하는 꼴이었다. 모세는 몹시 화가 난 상태로 그 앞에서 물러나왔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하려면 최소한의 행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 마지막 재앙을 모면하기 위한 방안이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이 영원히 지켜야 할 규례로서 주어진 것이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불러 모으고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각자 자기 가족을 위해 어린양 한 마리를 골라서 그것을 잡으십시오. 그다음 우슬초 한 다발을 가져다가 피를 받은 그릇에 담근 다음, 그 피를 문기둥과 인방에 바르십시오. 그리고 아침까지 아무도 집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주께서 이날 밤에 이 나라를 다니시며 처음 태어난 모든 것을 치실 터인데, 문기둥과 인방에 바른 피를 보시고 그 집을 넘어가실 것입니다.”

  그밖에도 고기와 무교병, 쓴 나물에 관한 몇 가지 사항과 이집트를 떠나면서 주민들에게 은금 패물과 옷가지를 요구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스라엘 자손은 명령하신 대로 행하였다. 그날 밤, 불가사의한 존재가 이집트 전역을 다니며 빈부귀천할 것 없이 장자들의 생명을 거뒀다. 말씀을 거역한 교만함에 대한 심판이었다. 파라오는 물론이고 그의 신하들과 모든 이집트 사람들이 깨어 일어났다. 거친 통곡과 절규하는 소리가 이집트를 가득 매웠다. 초상을 당하지 않은 집이 한 집도 없었다. 람세스는 더 이상 여호와께 맞설 힘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모세와 아론을 불러들였다.

  “너희와 너희 이스라엘 자손은 어서 이 땅에서 나가라. 너희가 바라는 대로, 가서 하나님을 섬겨라. 너희 양 떼와 소 떼도 데리고 가거라. 그리고 내게 복을 빌어다오.”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때문에 자신들도 다 죽게 될까 봐 낙담하였다. 그리고 울면서 그들에게 떠나라고 재촉했다. 이스라엘 자손은 모세가 일러 준 대로, 이집트인들에게 은붙이와 금붙이와 옷가지를 요구했다. 이집트인들은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내주었다. 이스라엘 자손은 그날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행보하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그들은 짐보따리를 메거나 수레를 끌며 양 떼와 소 떼를 몰고 속박의 땅 이집트를 빠져나왔다. 백만이 넘는 거대한 행렬이었다. 하나님은 그들을 이집트에서 건져내실 뿐 아니라, 이집트인들로부터 값비싼 보화들을 얻어 그곳을 떠나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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