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36장 결여된 믿음

이원범 2021. 6. 22. 10:11

  이스라엘이 국가의 모습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위의 조직 체계가 형성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찍이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모세에게 지파별로 여러 단위의 지도자를 세울 것을 조언한 적이 있다. 모세는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시비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파별로 지혜롭고 분별력이 있으며 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출하라고 지시했다. 직위는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으로 하였으며, 공정한 재판의 책임이 주어졌다. 전시에는 군사 지도자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모세와 아론은 각 지파의 지도자들을 불러서, 병력으로 동원될 수 있는 스무 살 이상의 남자의 수를 조사하게 하였다. 이때 계수된 숫자는 603,550명이었다. 여기에서 레위 지파는 제외되었다. 그들에게는 성막과 거룩한 기구를 나르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군대로 조직된 이스라엘은 이로써, 약속의 땅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이스라엘이 시내 산 아래 머문 지 꽤 오래되었다.

  “이제 길을 떠나라. 어서 출발하여라. 아모리 사람의 산지로 가거라. 아라바, 산지들, 세펠라, 네게브, 해변 등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디로든 나아가라. 또 레바논을 거쳐 멀리 큰 강 유프라테스까지 나아가라. 내가 그 땅을 너희에게 주었으니 너희는 그곳에 들어가서 차지해라.”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시기로 약속하신 그 땅을 이스라엘에게 소유로 넘겨주셨다. 이스라엘이 그의 말씀에 순종하기만 한다면 그 땅을 취하게 될 것이다. 성막 위에 머물던 구름이 떠오르자, 이스라엘은 지파 별로 부대를 정렬하여 약속의 땅으로 행군을 시작하였다. 하나님은 구름을 앞서 보내시며 그들을 인도하셨는데, 그들이 가야 할 길에는 또 광야가 놓여 있었다. 이스라엘은 십 여일 이상 광야를 행진하여 가나안 국경에 인접한 가데스에 이르렀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을 보내어, 내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려고 하는 가나안 땅을 정탐하게 하여라. 각 지파에서 한 사람씩 보내되, 각 지파에서 믿을 수 있는 검증된 지도자를 보내야 한다.”

  모세는 각 지파에서 신임받는 지도자 열둘을 선발하여, 그들에게 네게브와 중앙 산지로 올라가 보고, 적의 수효와 방비를 확인하고, 토질은 어떠한지 살피라고 그들을 보냈다.

  열두 지도자들은 가나안 땅을 남북을 횡단하며 가나안 땅 전역을 두루 살폈다. 그들은 또 네게브로 올라가 헤브론의 적지를 살폈고, 에스골 골짜기에 이르러 포도송이 하나를 꺾어서 두 사람이 막대기에 꿰어 둘러메었다. 석류와 무화과도 땄다. 그곳은 참으로 좋은 땅이었다. 그들은 임무를 마치고 사십일 만에 진으로 돌아왔다.

  “다들 돌아왔군요. 별 탈은 없었습니까?”

  “예, 크게 문제될 일은 없었습니다. 그보다 저희가 그곳에 갔더니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습니다! 이 과일 좀 보십시오. 그런데 문제는 그곳의 백성들은 몹시 강하며 그들의 성이 크고 견고하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우리는 아낙 자손도 보았습니다. 아말렉은 네게브에 퍼져 있고 헷과 여부스, 아모리 족이 산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사람이 바닷가와 요단 강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고 내용은 전반적으로 비관적이었다. 특히 아낙 자손이 있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회중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당장 올라가서 그 땅을 점령합시다. 우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유다 족장 갈렙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먹혀들지 않았다. 반대의 의견이 더욱 컸고 무시무시한 억측까지 나왔던 것이다. 그들은 약속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채 좌절하였다. 한쪽에서 우는 소리, 탄식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어느새 전체 회중이 물들어 버렸다.

  “어쩌자고 하나님은 우릴 이곳으로 데려오신 겁니까?!”

  “그냥 이집트에서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우리 처자식들이 사로잡힐 바에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소!”

  “그렇게 합시다!”

  “좋소,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 이집트로 돌아갑시다!”

  그들은 불온한 집회를 열어 모세와 아론을 몰아내기로 합의를 봤다. 이튿날 반체제 무리가 전날에 세운 계획을 들고 모세를 찾아왔다. 무리의 이 같은 행동은 하나님의 진노를 야기하는 크나큰 잘못이었다. 모세와 아론은 큰 재앙이 임하게 될 것을 직감하여, 즉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이를 보다 못해 여호수아와 갈렙이 자기 옷을 찢으며, 무리 앞에서 소리쳤다.

  “우리가 두루 다녀 본 그 땅은 매우 아름답고 좋은 땅입니다. 하나님께서 저희를 도우신다면, 그 땅으로 우리를 인도하실 겁니다. 저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주님을 거역하지 마십시오. 저들은 우리의 밥입니다. 그들에게는 보호자가 없지만,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러니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온 무리가 들고일어나 그들을 돌로 치려고 하였다. 그때 하나님의 영광이 성막에서 온 이스라엘 자손에게 나타났다. 모든 이스라엘 자손이 그것을 보았다.

  “이 백성 언제까지 나를 멸시하겠느냐? 내가 그들 가운데서 행한 모든 이적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나를 믿지 않겠느냐? 내가 저들을 전염병으로 쳐서 멸망시킬 것이다. 그러나 너는 저들보다 크고 강한 민족으로 만들겠다.”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오만불손하여 진노의 심판을 야기하였다.

  “주여,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저들의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 이 백성은 주께서 큰 능력으로 이집트에서 건져 내신 자들 아닙니까, 주께서 이 백성과 함께하시고 그들의 편이 되어 주셨는데, 주께서 이 백성을 모두 죽이신다면, 이집트 사람들이 그 사실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들을 주의 능력을 폄하하며 헛된 소리를 지껄일 것입니다. 주께서 이 백성이 이집트에서 떠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을 용서해 주신 것처럼 주의 크신 사랑을 따라 이들의 죄를 용서해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진노를 그치셨다. 하지만 이스라엘에는 죄에 따른 보응이 주어졌다. 하나님은 현세대가 죽고 다음 세대가 일어나기까지 사십 년 간, 광야에서 생활하라고 하셨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를 한사코 반대하였으니 만큼 그들에게 주어질 땅은 광야 말고는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였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돌이킬 수 없었다. 그들은 발길을 돌려 홍해 길을 따라 광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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