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34장 금송아지

이원범 2021. 6. 22. 09:43

  장막으로 돌아온 모세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 체결을 위한 의식을 준비하였다. 그는 산기슭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돌기둥 열두 개를 세웠다. 그런 다음 청년들에게 지시하여, 소를 잡아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게 하였다. 모세는 그 피의 절반을 가져다가 그릇에 담고 나머지 절반은 제단에 뿌렸다. 모세는 언약의 두루마리를 펼쳐서 큰소리로 낭독하였다. 백성은 귀 기울여 듣고 나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할 것을 서약하였다.

  그러자 모세는 피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뿌리며 말하였다.

  “이것은 내가 전한 이 모든 말씀에 따라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맺으신 언약의 피입니다.”

  모세는 이러한 의식을 행하여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의 언약을 비준하였다. 그 후에 모세와 아론과 그의 아들들과 이스라엘의 장로 칠십 명이 산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보다 더 친밀한 여호와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들은 황홀한 임재의 영광 가운데 교제를 나누며 먹고 마셨다.

  하나님은 모세로 하여금 그분의 임재 속으로 더 가까이 나오도록 그를 부르셨다. 모세는 그의 부관 여호수아와 함께 하나님의 산으로 올라갔다. 하나님께서 임재해 계신 산 위는 짙은 구름이 덮고 있었다. 모세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하나님과 대면하였다. 그는 사십 일 동안 그곳에 거하며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칠 교훈을 비롯해서 제사장과 희생제의 규례, 십계명이 기록된 돌판을 받았고 하늘 성전의 환상을 보았다.

  모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이스라엘 진에는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백성들은 목자가 없는 양처럼 안절부절못하였다. 신앙에 있어서 모세에게 매우 의존한 나머지 그의 부재는 심한 불안감을 야기하였다. 그와 더불어 하나님께서도 자신들에게서 떠나신 것 같았다.

  심히 불안을 느낀 자들이 아론에게 몰려와 말했다.

  “우릴 인도한 모세는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산에서 내려오지 않습니까! 저희는 불안합니다,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저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들은 무리 지어 강경한 목소리로 요구해 왔다. 아론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안 된다는 대답을 내놓으면, 그들은 곧장 자신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험 삼아 그들에게 요구하였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재료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소. 당신들의 아내나 딸들이 하고 있는 금고리를 내게 가져올 수 있겠소?”

  아론은 그들이 쉽게 포기하리라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백성들은 준비나 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가 요구한 것을 가져왔다. 이제 그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그 금고리들을 녹여서 송아지 틀에 붓고 그다음 연장으로 다듬어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백성들은 뜨겁게 환호하며 외쳤다.

  “이스라엘아, 이 신이 너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너희 신이다!”

  이튿날 아침에 백성들은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며 그 앞에서 먹고 마시다가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급기야 난잡한 파티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들은 자기들 뜻대로 그 송아지 형상을 하나님으로 삼으므로 하나님과의 맹약을 깨뜨렸다. 하나님은 그들의 행악으로 말미암아 큰 배신감을 느끼셨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내려가거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네 백성이 타락하고 말았다. 그들이 내 명령을 벗어나 송아지 형상을 만들어 숭배하고 있구나.”

  하나님의 슬픈 감정은 곧 맹렬한 진노로 바뀌었다.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교만한 자들이로다. 이제 너는 나를 막지 마라. 내 진노가 그들을 태워 없애 버릴 것이다. 그러나 너는 내가 큰 민족으로 만들겠다.”

  언약을 가벼이 여긴 이스라엘에 대해 하나님의 이 같은 판결은 온당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언약을 충실히 이행하시는 분이시기에 심판을 선고하셨지만, 그것이 그분의 본심은 아니었다.

  모세는 과중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지만 하나님께 아뢰었다.

  “주님, 어찌하여 주의 백성을 멸하려 하십니까? 그들은 주께서 크신 권능과 강한 손으로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자들 아닙니까. 이 일로 이집트 사람들이 주의 뜻을 오해하고 조롱할까 하나이다. 부디 진노를 거두어 주옵소서. 주의 종들,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을 기억해 주십시오. 주께서 약속하시기를 ‘네 후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그들에게 이 땅을 영원토록 주리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의 중재로 하나님은 뜻을 돌이키시며 그들에게 내리려던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리 쉽게 용서하고 넘어갈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모세는 겨우 안도하고 돌아서서 나왔지만 마음이 착잡하고 석연치 않았다. 그는 두 돌판을 손에 들고 여호수아와 함께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산 중턱을 내려오던 중 아래로부터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저 밑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무슨 잔치를 벌이는지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다.”

  두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 진상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요란한 소리가 나고 있는 현장 중심에는 송아지 형상이 우뚝 서 있었고, 그 주위로 백성들이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며 난리법석을 부리고 있었다. 모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손에 들고 있는 두 돌판을 내동댕이치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의 열기는 찬물을 끼얹듯이 가라앉았다. 살짝 찔림을 느꼈는지 그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섰다. 모세는 송아지 형상을 끌어내려 불에 던져 넣고 연장으로 사정없이 내려쳐서 가루로 만들었다. 그 가루를 물에 뿌리고는, 이 일에 가담한 자들에게 마시게 했다.

  “아론,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어쩌자고 이런 엄청난 죄를 용납한 것입니까?”

  “내 주여,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이 백성이 어떤 자들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당신이 없는 동안 제가 저자들을 어떻게 감당해 내겠습니까, 저들이 내게 몰려와서 신을 만들어 달라하고 금까지 내놓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론이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큰 죄를 떠안게 되었다. 이로써 어둠의 세력이 빌미를 얻어 이스라엘을 노리개로 삼으려 할 것이다.

  “누구든지 하나님 편에 설 사람은 이리 오시오!”

  그러자 레위 자손이 모두 모세 앞으로 나아왔다.

  “우상 숭배에 가담한 자들을 모두 칼로 치라.”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곧바로 달려 나가 형벌을 수행하였다. 이날 백성 중에 삼천 명 가량이 죽임을 당했다. 이튿날 모세는 백성들에게 그들의 죄악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명백히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기 위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주여,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이 백성이 범죄 하였나이다. 저들이 자신들을 위해 금으로 신상을 만들었사오니 엄청난 죄를 범하였나이다. 부디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용서치 않으시려거든,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진노를 그치셨다. 징계는 나중으로 미뤄졌다. 죄는 용서되어도 징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느 때엔가 이스라엘에 전염병이 발생하여 죗값의 보응을 치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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