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71장 내가 너를 위하여

이원범 2021. 6. 24. 14:09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은 아브넬 없이 기울어져 가는 가문을 바로 세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가고 혼자 남은 그는, 반심을 품고 있던 두 군장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이스보셋에게는 후사가 없었으므로 서열로 볼 때 그다음이었던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후계를 이을 사람이었지만, 그는 사고로 다리를 다친 불구자였다. 아브넬로 인해 결집하였던 동이스라엘은 아브넬의 죽음으로 국운을 다하고 와해되어 버렸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가 헤브론에서 다윗 왕을 만났고, 여호와 앞에서 그와 언약을 맺었다.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때로부터 이십여 년이 흘러 그의 나이가 중년에 이르렀을 즈음에 일이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주권에 맡기고 오랜 시간 기다려 왔던 다윗은 믿음대로 된 약속의 뜻을 이루게 되었다.

  당시 유다와 베냐민의 접경 지역에는 가나안 여부스 족이 차지하고 있는 예루살렘 성이 있었다. 그 성이 자리한 곳은 이스라엘 어느 지파에도 속하는 않으며, 가파른 산지와 골짜기로 인하여 지형적으로도 천연 요새에 적합한 좋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다윗은 군대를 일으켜 예루살렘 성을 점령하고 그곳 이름을 ‘다윗 성’이라 하고, 바깥 보루에서부터 안쪽으로 성을 쌓았다. 두로 왕 히람은 다윗에게 사절단과 함께 백향목 재목을 보내주었고 또 목수와 석공들을 보내어 다윗의 궁궐을 짓게 하였다. 그리하여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새 수도로서 다윗의 정치·행정적 중심지가 되었다. 다윗의 왕국은 여호와의 돌보심과 축복을 누리며 놀랍도록 발전해 나가, 근동 지역에 떠오르는 강국으로 발돋음하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블레셋이 대군을 이끌고 이스라엘과의 결전을 감행해 왔지만, 그들은 여호와께서 함께하시는 다윗의 군대를 당해낼 수 없었다. 블레셋 군은 완전히 패하고, 소수만이 살아남아 다윗의 통치에 더 이상 위협을 끼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즈음에 다윗은 여호와의 임재의 상징인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운반해 와서, 여호와께 번제와 화목제를 올렸다. 여호와로 말미암아 참된 안식과 평안을 얻게 된 그는 전심으로 여호와를 찾으며 그분을 경외하였다. 또한 그분의 백성 이스라엘을 신실하게 보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윗은 성소에서 희생제를 드리고 나와서 궁궐로 돌아왔다. 시리아산 백향목과 석재를 활용하여 두로의 문화와 건축술이 총동원되어 지어진 그 건물은, 아침에 깰 때마다 다윗의 두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호화스러웠다.

  2층에 위치한 다윗의 집무실은 전망 좋은 테라스와 연결되어 예루살렘 도시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경관을 제공하였다. 다윗은 중요한 사람과 회견을 가질 때에 주로 그 장소를 활용되었다.

  이러한 호화스러운 생활이 일상이 되면서, 그는 내심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축복을 누려도 되는 건가? 전부 여호와께서 내게 부어 주신 은혜이긴 하지만...’

  “가서, 선지자 나단님을 불러오너라.”

  다윗이 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에 문전 밖에서 나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나단이옵니다.”

  “들어오십시오! 선지자님,” 나단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다윗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으로 테이블 맞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지요.”

  곧 시종들이 동방과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차와 과일들을 그에게 내왔다.

  “무척 좋은 향이 납니다.”

  “예, 동방 무역상들에게서 들여온 차인데, 향이 아주 일품이죠. 한 번 들어보십시오.”

  다윗은 여호와께서 베푸신 은혜에 대해서 그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건넸다. 그는 진심으로 여호와께 감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연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여기 호화로운 백향목 왕궁에서 편히 살고 있는데, 여호와의 궤는 허술한 장막 안에 있습니다. 마음이 찔려서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소. 여호와를 위해 거룩한 집을 짓고자 하는 마음이 있소만, 나단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여호와께서 주군과 함께 계시는데 무엇을 주저하십니까, 내 주께서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여호와께서는 그의 중심이 온전히 여호와께로 향해 있음을 보시고 매우 기뻐하셨다. 그날 밤 주님께서 환상 가운데 나단에게 임하셔서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내 종 다윗에게 이 말을 전하여라. ‘네가 나의 집을 짓겠다고 말했느냐?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 만군의 여호와가 네게 말한다. 내가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았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 있었고, 네 앞의 모든 적을 물리쳤다. 이제 나는 네 이름을 높여서 땅의 위대한 자들과 나란히 서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내 백성 이스라엘을 위해 한 곳을 따로 떼어 그들을 그곳에 심고, 각자 자기 집을 갖게 하여 더 이상 떠돌지 않게 할 것이다. 또한 악한 자들이 너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 여호와가 네게 말한다. 나 여호와가 친히 네게 집을 지어 주겠다! 네 일생이 다하여 조상과 함께 묻힐 때에, 내가 네 자식, 네 몸에서 난 혈육을 일으켜 네 뒤를 잇게 하고 그의 통치를 견고히 세울 것이다. 그가 나를 높여 집을 지을 것이며, 나는 그 나라의 통치를 영원히 보장할 것이다. 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될 것이다. 그가 잘못을 저지르면 내가 평소 하던 것처럼, 인생의 함정과 장애물로 그를 징계할 것이다. 그러나 앞선 왕 사울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내 자비로운 사랑을 거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서는 절대로 내 사랑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네 집안과 네 나라가 영원히 안전할 것이다. 내가 거기서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다! 네 왕좌는 바위처럼 언제나 든든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나단은 서둘러 왕에게 나아가 환상 중에 받은 계시를 빠짐없이 전했다. 다윗은 그분의 뜻에 감동되었으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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