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72장 밧세바를 취하다

이원범 2021. 6. 24. 14:17

  다윗은 이스라엘의 내정 기반을 착실히 다진 후, 그의 왕국 주위의 도전해오는 세력들과 일전을 벌였다. 그는 어디로 가든지 승리하였고 이스라엘은 이제껏 넘어보지 못한 넓은 영토를 얻게 되었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며 그분의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셨기 때문이다. 그는 노년에 이르러 전쟁 일선에서 물러나, 요압을 총사령관에 앉히고 전쟁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하게 했다. 요압이 암몬과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다윗은 창문으로 들이치는 노을빛에 마음이 끌려 왕궁 테라스를 한가하게 거닐었다. 그 장소는 예루살렘에서 가장 높고 시야가 트여있어 주변 가옥들과 안뜰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그때 어디선가 첨벙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불과 오십 걸음도 되지 않을 인근 가옥에서 어느 여인이 몸을 씻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다윗이 시종을 불러서 말했다.

  “저기 보이는 저 집에 사는 여자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아보고 오너라.”

  얼마 후, 그의 시종이 그 여인에 대해 알아보고 돌아왔다. 그의 말로는 그녀가 우리야의 아내이며, 이름은 밧세바라고 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충성스러운 부하 우리아였다. 양심에 거리낌이 있었으나, 한 번 불이 붙은 욕정은 꺼지지 않고 그를 충동질하였다. 결국 다윗은 밧세바를 궁으로 불러들여 침실에서 정을 통하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참 시일이 지나고 나서 밧세바는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윗에게 그 소식을 알렸다. 입장이 곤란해진 다윗은 전장에 나가 있는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궁으로 불러들였다.

  왕궁에 도착한 우리아는 다윗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하였다.

  “주군의 명을 듣고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군인다운 패기가 배어 있었다.

  “우리아, 아무 탈 없어 보여 다행이구만, 그간 고생 많이 하였소.”

  “황공하옵니다. 그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요.”

  “자네의 충심은 내가 잘 알지, 이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면 반드시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것이야.”

  다윗은 소탈한 웃음소리를 내며 우리아에게 요압과 군대의 최근 전황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우리아는 절도 있는 목소리로 모든 내용들을 다윗에게 보고하였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다윗은 그에게 바로 돌아가지 말고 집에서 쉬고 아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건넸다. 우리아가 왕궁을 나설 때, 감시역을 맡은 왕의 수하가 비밀스럽게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이튿날 아침 다윗은 우리아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왕궁 입구에서 밤을 지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우리아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았다.

  “우리아, 고단한 여정을 마치고 이곳에 돌아왔는데. 왜 집에 가서 쉬지 않는가?”

  “궤가 이스라엘과 유다의 군사들과 함께 바깥 장막 안에 있고, 저의 상관인 요압과 부하들이 바깥 들판에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집에 가서 먹고 마시며 아내와 즐길 수 있겠습니까? 도저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의 군인다운 절도와 충성스러운 면모는 가히 칭찬할만하였다. 다윗은 비록 내색하지 않았지만, 심장이 고동치며 손에 땀을 쥐었다. 모든 것이 탄로 나서 명예가 실추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였다.

  “알았네, 알았어. 내가 괜한 것을 물어봤네.”

  “아닙니다, 주군. 저에게 용무가 없으시면 요압 장군에게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아, 오늘은 안 되네... 어제 얼굴을 보았는데 벌써 돌아가면 어떡하나, 오늘 내 곁에서 편히 지내도록 하게. 내일은 꼭 보내주겠네.”

  “황공하옵니다.”

  그날 우리아는 예루살렘에 머물렀다. 다윗은 우리아를 왕궁으로 초대하여 성찬을 베풀었고 과할 정도로 그에게 술을 권했다. 그리고 모쪼록 집에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아는 매우 만취하였음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야외에서 잠을 청하였다. 매우 충직한 인물이었던 우리아는 다윗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다윗은 요압에게 편지를 서서 우리아 편에 보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우리아를 싸움이 가장 맹렬한 곳으로 몰아 죽게 하라는 것이었다. 다윗의 지시를 받고서 요압은 랍바 성의 수비 상황을 살펴, 위험 부담이 많은 지역으로 우리아를 배치시켰다. 우리야는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적진으로 나아가 적군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 다른 여러 병사들도 이 전투에서 생명을 잃었다.

  죽은 병사들의 시신이 수레에 실려 예루살렘으로 이송되었다. 남편을 잃은 밧세바는 장례식 중에 심히 애곡하였고 한동안 애도하는 기간을 보냈다. 그 후 다윗의 부름을 받아 왕궁으로 들어가서 그의 아내가 되었다. 다윗의 죄는 여호와 보시기에 심히 악한 것이었으나, 정작 다윗은 죄에 대해서 깨닫지 못하고 태만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명예를 유지시키는 일에 치중한 나머지, 여호와를 의식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 후 밧세바에게서 다윗의 아기가 태어났다. 여호와께서는 징벌을 미루시며 다윗이 회개하기를 기다리셨으나, 그는 여호와의 뜻을 거역하며 죄 가운데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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