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

신약시대의 지리와 문화

이원범 2020. 2. 21. 10:08

이번 시간에는 신약시대의 지리와 문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고대 근동과의 차이점은 시대가 다른 만큼 정치적 상황이 다르며 배경도 다릅니다. 몰라도 크게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생소한 단어가 자꾸 나오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려우면 흥미를 잃어버릴 염려도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모아봤습니다.

신약시대의 특징은 세상을 로마 제국이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권세자는 로마 황제며, 지역마다 총독이나 분봉왕이 맡은 지역을 다스렸습니다. 그러니까 나라의 구분은 사라지고, 지역이 로마의 행정구역으로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하듯이 구분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을 읽으면 복음이 예루살렘과 유대를 넘어서, 이방 세계로 널리 확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계기는 종교 지도자들이 만들어줬습니다. 그들의 박해로 예루살렘에 머물던 제자들이 세계 각지로 흩어지며 복음을 전하게 됐습니다.

먼저 주목을 받은 교회는 안디옥 교회입니다. 안디옥은 일찍부터 교회가 세워져 바울 선교의 기틀이 된 시리아의 중심 도시입니다. 이곳은 유대에서 불과 400~500km 떨어진 가까운 지역이라 수많은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소문을 통해서 갈릴리 지역에서 일어난 이적과 사건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헬라인 중에 복음을 듣고 주님을 영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방의 빛으로 삼으려고 내리신 축복입니다.

여기서 지중해로 나가려면 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있는 항구 도시 실루기아를 이용하면 됩니다. 안디옥은 주요 무역로를 형성하여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모였고 그만큼 번영하였습니다. 배를 타고 160km쯤 이동하면 섬이 하나 나옵니다. 약간 톱상어 같이 생겼는데, 바울과 함께 선교 여행을 시작한 바나바의 고향 구브로입니다. 그리고 안디옥 교회를 세우고 다스린 사람 중에 구브로 출신이 여럿이었습니다. 이곳 역시 유대인이 많이 살았으므로 여러 곳에 회당이 있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는 회당과 거리를 다니며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소아시아 지역으로 가봅시다. 여기는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입니다. 유럽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겠네요. 우선 어떤 지명이 있나 살펴보면, 먼저 큰 글씨부터 읽어봅시다.

아시아, 루기아, 비두니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길리기아

전부 '아'로 끝나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저도 모릅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이것은 로마의 지방 행정구역이라 이해하면 좋습니다. 이 지역뿐 아니라 대부분 아로 끝나는 곳이 많습니다. 소아시아에서는 아시아가 가장 발달한 구역입니다. 수도권이라고 봐도 무방하구요. 갈라디아는 소아시아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고 해발 700~1,000m 고원 지대에 속합니다. 다른 구역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밖에 무시아, 브루기아, 비시디아, 밤빌리아, 루가오니아 같은 구역도 존재하는데 크기가 작거나 경계가 모호해서 지도에 표시가 안 된 것 같습니다.

제국의 도시 문화는 어떠했을까요? 도시들은 획일적으로 헬라·로마적 성향이 강했습니다. 헤롯을 봐도 출신은 에돔쪽인데, 건축과 행정에 있어서 로마 황제를 열렬히 추종하고 로마식 문물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전원 지방은 각 지역의 언어와 풍습이 보존됐다고 합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루가오니아의 루스드라를 방문했을 때, 거기에 나면서 걷지 못하던 자가 있었습니다. 두 사도가 이 사람을 치유하니 지역 주민들이 놀라서 바울과 바나바를 신이 사람의 모습으로 내려왔다고 외쳐댔습니다. 어느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그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들을 영접한 사람은 한 부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홍수로 멸망했다고 하네요. 아무튼 도시들은 대부분, 로마의 이교 사상에 젖어 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아시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매우 번창했던 도시를 하나 꼽자면 에베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번은 에베소에서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었습니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며 강력한 신유의 능력을 나타내자, 우상숭배와 마술에 빠져 있던 헬라인들이 회개하고 주를 믿었습니다. 그러니 흑암의 세력이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에배소 대원형극장

대략 2만 4천 명의 무리가 이곳에 모여 바울을 위협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섬기는 여신 아르테미스를 옹호하려는 의지가 정말 대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베소는 아르테미스뿐만 아니라 황제 숭배와 마술, 이교 의식으로 악명 높습니다. 이웃한 도시인 골로새,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도 마찬가지로 황제 숭배와 이교 의식이 번성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기독교 외에 타종교와 이단, 사이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음이 실감 납니다.

다음으로 에게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보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그리스로 알고 있는 지역입니다. 북부 지방을 마케도니아라고 부르며 지형은 구릉지나 산악지대입니다. 남부 지방은 형제라는 의미를 가진, 아가야 혹은 헬라라고 부릅니다. 남쪽에 연결된 큰 반도를 일러 펠로폰네소스반도라고 부르며 본토의 약 3분의 일 정도 크기입니다.

대표적인 도시인 빌립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부친 필리포스 2세가 크레니데스를 점렴하여 확장한 후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설립했습니다. 데살로니가는 마케도니아의 가장 큰 항구 도시며 당시에는 지방 총독이 거주하던 곳이었습니다. 종교로는 유대교뿐 아니라 이집트의 세라피스와 이시스교가 있었습니다.

코린트는 본토 대륙과 반도를 잇는 연결지점에 있는 아가야의 수도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민족이 모여 있고, 무역이 활발히 진행되는 상업 중심의 도시였습니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동시에 성적 타락과 부도덕이 가득했습니다. 이런 곳에 세워진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크로폴리스의 전경 by Christophe Meneboeuf

아테네는 그리스하면 생각나는, 헬레니즘의 중심지이자 명성이 자자한 도시입니다. 도시의 이름은 여신 아테나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리에는 사람이나 신의 동상으로 꾸며져 있는데, 특히 헤르메스로 장식되거나 헤르메스의 머리가 얹혀 있는 기둥이 많았습니다. 이곳 시민들은 많은 신을 믿었는데 최고신으로 여기는 제우스, 지혜의 신 아폴론, 전쟁의 신 아레스, 죽은 자들의 신 하데스, 예술과 전쟁의 여신 아테나,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등이 있습니다.

아테네 주민들은 혹시 알지 못하는 신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서 알지 못하는 신에게 바치는 제단까지 세웠습니다. 이 도시는 가히 신들의 도시라 부를 만큼 온갖 다양한 우상을 섬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 사람들은 인생의 근본적 문제에 관해서 오랜 시간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다양한 사상을 발전시켰습니다. 페리클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유명한 철학자가 이곳에서 나왔습니다.

밧모섬(Patmos) by John Malathronas

여기는 에게해의 밧모섬입니다. 범죄자의 유배지로 활용되어, 죄수들은 채석장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로마의 법체계에서 그나마 관대한 축에 속하는 형벌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이 섬에서 계시를 받아 쓴 책이 요한계시록입니다.

멜리데섬(Malta) 오른쪽 사진 by Frank Vincentz

또 여기는 멜리데섬입니다. 지중해 시칠리아섬에서 남쪽으로 약 95km 지점에 있습니다. 현재의 지명은 몰타라고 부릅니다. 바울이 로마로 후송되어 가던 중에 배가 파선하여 도착한 섬이 여기였습니다. 바울은 이 섬에서 독사에게 물렸으나 죽지 않았습니다. 사명을 감당해야 할 사람은 하나님께서 죽지 않게 보호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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