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

오늘날의 우상숭배는 자기 숭배

이원범 2021. 11. 21. 16:06

성경에서 인간의 불신앙적 행위로 대표적인 것은 우상숭배입니다. 선민 이스라엘이 복의 근원이 되기까지 긴 여정에서 늘 긴장을 가져오는 요소는 우상숭배였습니다. 우상숭배는 하나님께서 가증히 여기는 죄였고, 오래 참으시다가 후에 징벌하셨습니다. 우상숭배는 본능처럼 저절로 만들어져 나옵니다. 배우지 않았어도 잘 만듭니다. 대홍수 이전에는 별다른 기록이 없지만,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하였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족장 시대에는 유대 전승이나 고고학 자료들로 유추해볼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갈대아 우르는 도시의 수호신인 달의 신을 섬겼습니다. 라헬이 아버지 몰래 훔친 드라빔은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물건이었습니다. 애굽은 일찍이 황소 형상의 '아피스'라는 신을 섬겼습니다. 애굽으로 이주한 이스라엘 자손은 자연히 이것을 배워 금송아지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알입니다. 가나안은 비, 바람, 폭풍 등을 주관하며 풍요와 번식을 가져다준다는 바알을 섬겼습니다. 바알 신앙은 나중에 가서 혼합주의로 발전합니다.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바알을 섬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로부터 경천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신 천신을 섬기는 신앙입니다. 더불어 귀신들을 두려워하였고, 그들의 능력을 통해 삶의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무속 신앙입니다. 또 대륙을 통해 불교가 들어왔으며 유교, 도교 등도 있습니다. 일본은 자연 만물이 모두 신이라고 여겼습니다. 팔백만 신이라고 하여 어느 것에나 신이 있다고 하며, 신이 없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인간은 어째서 신을 믿을까요? 실물로 보거나 음성을 들은 것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지금까지 신을 보았다고 증언하는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계 어디에나 종교가 있습니다. 칼빈은 그 물음에 대해 심령에 새겨진 '신 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이며, 달리 '종교의 씨앗'이라는 표현도 가능합니다. 다만 정말로 씨앗에 불과해서 신의 존재를 생각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상숭배는 하나님에 대한 무지와 신 의식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최근에 읽은 글인데 예사로 넘길 수 없어서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는 종교는 무엇일까요? 글에서는 바로 '자기 숭배'(Self-Worship)라고 하였습니다. 글쓴이는 자기 숭배란 자신을 우상화하는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가 우상이 되어 하나님 대신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오늘날 우상숭배는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상숭배에 대해 고정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방 신, 이방 종교를 믿고 차례·제사를 지내며 형상을 앞에 두고 소원을 비는 등 옛것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그 기준에서 본다면 웬만한 신앙인들은 우상숭배의 죄를 짓지 않습니다. 고로 우상숭배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도 비슷한 착각을 했습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 온 후 자신들은 변했으며 유일하신 하나님만 섬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란 대단히 위험한 것입니다. 잘못 가고 있어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니 점점 어긋난 길로 행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옛날 우상숭배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우상숭배를 하는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께 죄를 짓고 있습니다. 과거에 행했던 우상숭배를 회개할뿐더러 오늘날의 우상숭배도 회개해야 합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입니다만 현재도 신사 참배를 거론하며 회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런 내용의 집회가 있는 줄로 압니다. 저는 그 문제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방향을 옳게 잡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바꿔야 할 것을 원합니다. 이스라엘은 민족적 죄를 지으면서 큰 환난을 겪었습니다. 신사 참배가 민족적 죄임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6·25 동란을 겪으며 둘로 민족이 갈라졌습니다. 다 열거할 수 없는 잔혹한 시련이 이 땅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하나님의 징벌은 두려운 것이지만 어느 때가 되면 풀립니다. 노를 발하시고 노를 푸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신사 참배의 죗값을 앞으로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제사 문화, 도교, 불교, 무속 종교, 미신 등에 관심을 집중해야 옳습니다.

돌아와서 우상숭배의 세대 구분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어른 세대의 주축이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시절만 하더라도 제사와 굿, 부처와 각종 우상을 섬기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농경 문화에서 기우제, 어촌에서 풍어제나 용왕제, 아프면 무당을 찾아가서 굿하고, 점쟁이에게 찾아가서 점을 보곤 했습니다. 이사할 때 풍수지리를 살피고 손 없는 날을 택했습니다. 과거에는 이것들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우상보다 아이돌을 좋아합니다. 제사, 굿 이런 것보다 콘서트, 영화, 엔터테인먼트를 더 선호합니다. 무당, 점쟁이에게 찾아가기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론하며 답을 찾습니다.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보통 이전 세대들은 알지 못하는 신들에게서 복을 구했습니다. 반면 현재 세대는 자신이 신이 되길 갈망합니다. 과장을 많이 빼면 누군가 자신을 떠받들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성경에서 비슷한 인물을 찾으면 바빌로니아의 군주 느부갓네살입니다. 광활한 근동 세계를 제패하고 거대한 제국을 일으킨 그는 발아래에 둔 인간들이 자신을 숭배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본뜬 27m 높이의 금 신상을 만들어 백성에게 절하라고 명했습니다. 그의 우상은 본인 자신이었습니다. 자신을 신으로 섬기는 종교의 숭배자였습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사실 인간은 타락한 이후부터 하나님이 아닌 자신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아닌 자신이 주(Lord)가 되므로 내 생각과 내 마음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숭배는 자기를 주권자로 삼고 내 꿈과 욕망을 펼치는 것입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솔직한 내 감정과 생각을 따르는 것입니다. 다른 것이 우선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나보다 사랑하는 대상이 없고, 내가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도 내 생각에 동조해 주길 바랍니다. 높임을 받는 순간은 더없이 기쁘고 자신을 만족스럽게 합니다.

내가 주인이 된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지만, 만약 법적 테두리 안에서라면 제재 없이 자유롭게 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유를 갈망하며 규율로 자신을 묶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슬람 율법처럼 까다롭고 무거운 것이라면 더더군다나 싫어할 것입니다. 자기 숭배의 교리는 세상 어느 종교와 비교해도 우위에 설 만큼 자극적이고 달콤합니다. 곧 선을 판별하는 것은 자신이며,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선이라고 합니다. 죄를 지어도 그것이 나를 기쁘게 하면 나에게는 선인 것입니다. 도덕과 율법의 굴레를 쓰지 않는 자유로운 삶, 그것이 자기 숭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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