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나훔 서론

이원범 2022. 2. 6. 12:25

엘고스 사람 나훔은 니느웨의 멸망을 예언했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은 "또 니느웨야?"라고 할 것입니다. 전에 요나가 니느웨로 가서 임박한 심판을 전했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예언을 들은 니느웨는 안 좋은 의미에서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략 몇 세대 전 요나는 그 성읍에 들어가서 사십 일이 지나면 심판이 임한다고 전했습니다. 교만이 하늘을 찌르는 그들이 과연 들을까 싶은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왕에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굵은 베옷을 입고, 식음을 전폐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습니다.

대체로 우리는 이것을 회개로 인정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회개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회개란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인데, 이들은 그저 죽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목숨을 구걸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위협 앞에서 그것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이방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재앙을 무르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회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한편 니느웨가 재앙을 면한 것은 그저 좋게만 볼 일이 아닙니다. 다행이구나 싶겠지만 다행이 아닙니다. 차라리 멸망이 왔어야 합니다. 애석한 일이긴 하지만 재앙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한번 가정해 봅시다. 재앙을 면했다고 할 때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죄가 어디로 가진 않습니다. 우리 속담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였습니다. 일찍 맞으면 나중에 받을 형벌이 줄어듭니다. 생전에 매를 피한 그들은 지옥에서 더 뜨거운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생전에 고난을 받았으면 후손들에게 유익하였을 것입니다. 죗값의 무게가 그만큼 줄어드니 말입니다. 죄는 빚입니다. 언젠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재앙이 오지 않은 것은 상환 시기가 연장된 것입니다. 결국 값을 치를 날이 다가옵니다. 빚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커져서 우리의 숨을 조여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앙이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입니다.

머지않아 나훔을 통해, 과거 세대에게 내렸던 심판 선언이 다시 주어졌습니다. 선조들의 죄에 당시 살아가던 자들의 죄가 더해져 재앙으로 변했습니다. 이 시점은 북왕국이 멸망하고 앗수르도 바벨론에 패망한 뒤라고 여겨집니다. 피의 도성 니느웨는 바벨론에 의해 함락되어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그 흔적은 땅속에 오래 숨겨져 있다가 19세기 중반 고고학자 레이아드라는 사람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본서는 하나님께서 공의로 세상을 다스리시며 불법한 나라와 백성은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을 교훈합니다. 우리가 느끼기에 세상은 악인들이 활개치는 불의한 곳입니다. 하나님께선 불의에 대해 너무 잠잠하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스라엘이 가진 주된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하나님은 정확히 일하고 계십니다. 악이 지나치게 융성하지 못하도록 재앙을 내리시고 질병이나 사고를 만나게 하십니다. 그리고 의를 행하는 백성이 많은 나라에 복을 주십니다.

우리는 당연히 하나님의 공의를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죄는 보면서 내 안의 죄는 간과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이 죄를 깨닫길 바라면서 나의 죄는 못 본다면 엄청난 손해입니다. 코로나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하나님 앞에서 내가 무엇을 회개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 노우호, 「읽는 것을 깨닫느뇨?」, 에스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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