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은 유다 왕국이 내외적으로 위기를 맞으며 쇠퇴해 가는 시기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도층이 심히 타락하였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만행들이 저질러지는데, 기도해도 응답이 없었습니다. 악인들이 들끓고 죄악이 장려되는 세상이었습니다. 선지자이자 의인이었던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너무 혼란했습니다.
우리는 완성된 성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그에 비해서 하나님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습니다. 설령 우리라도 세상에 불의한 일이 계속 벌어지면 하나님의 공의를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악인들이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는데 제지할 누군가가 없다면 세상은 약육강식의 밀림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악한 것이 죄가 아니라 약한 것이 죄요, 의를 행하는 자는 미련하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이때 당시 그의 심정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입니다. 이를테면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 있습니다. 불의한 자들에 의해 나라가 움직이고 그들은 힘을 가졌습니다. 악인들은 불의한 재물로 재산을 증식합니다. 덩달아 서민들은 더 가난해집니다. 내심 화가 나는 것은 인간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와 똑같이 부패해도 받는 형벌이 다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택한 선민이지만 다른 나라는 이방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인 이스라엘의 타락에 민감하시며 더 엄격히 벌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하박국의 의문에 대해 하나님께서 주신 응답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갈대아 사람을 일으켜 모두 심판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역사를 아는 우리는 식상할 뿐이지만 당사자인 그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가 보기에 바벨론은 타락한 유다 지도자들보다 더 악한 자들이라 못마땅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재앙으로 인해 의인들이 겪을 고통에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그의 반응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제기할 만한 것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공의가 체감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실망이 드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공의를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다 백성이 그들보다 의로울지 몰라도 하나님께서 보실 때 의인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유다 전역에서 의인 15명을 찾으셨다면 절대 망하는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의인이 없어서 망하니, 의인이 고통받을 일은 염려할 것이 아닙니다. 의인이 왜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의문을 오래전부터 가지는데, 그것은 의인이 아닌 사람을 의인으로 착각하면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진정 의인은 하나님께서 책임지시니 그런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죄 때문에 고통을 당하며 그 고통 속에서 우리로 회개하게 하시고 구원에 이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갈대아 역시 상당히 악한 죄목으로 심판이 선고되었습니다. 징벌의 도구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징벌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분량을 정확히 준수해야 합니다. 만약 도에 지나치면 하나님은 그것을 죄로 보시고 엄하게 벌을 내리십니다. 바벨론은 허용치를 넘어서 피를 흘리므로 심판에 필요한 조건을 두루 충족하였습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 노우호, 「읽는 것을 깨닫느뇨?」, 에스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