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디도서 서론

이원범 2022. 4. 8. 10:32

디도서는 바울이 그의 동역자 디도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내용은 디모데전서를 매우 닮았고,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의 자세와 목회 윤리를 담고 있습니다. 바울은 로마로 호송되던 때 일행인 디도를 그레데에 남겼습니다. 이유는 미처 못다 한 일을 정리하고 각 성에 장로들을 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후로 소식이 이어졌는지 모르지만, 디도가 잘하고 있을지 혹여 어려움은 없을까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리스의 남단에 위치한 그레데 섬은 오래전 에게 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구약에서는 '갑돌'이라고 번역하는데 흥미롭게도 블레셋이 이주하기 전에 살던 지역을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그레데 주민들은 블레셋과 태생적으로 같은 민족입니다. 이스라엘의 숙적 블레셋은 다윗 시대에 괴멸되었는데, 그들의 고향에는 복음이 들어갔습니다.

디도의 사역지는 드물게도 지역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행실이 얼마나 나빴으면 어떤 선지자가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라고 악평했겠습니까. 바울이 이점을 언급한 것은 교회 안에 그런 심성을 가진 사람이 있음을 밝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민족적 특성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무시할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외침에 자주 시달린 우리 민족은 평소에 편 가르고 싸우다가 전쟁만 나면 단합해서 적을 무찔렀습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질이 급합니다.

그레데인들의 성향은 그런대로 평범하지만,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역 성향이 그러하다면 교회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거짓말은 필연적으로 피해자를 낳습니다. 만약 악하고 욕심이 많다면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교회의 정황을 들려주는 내용은 부족하지만 아마 어지러운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일으킨 피해 하나는 복음의 진리를 훼손하는 것이었습니다. 믿음을 통한 구원에 치우친 나머지 행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목회자인 디도는 그들의 생각을 돌려놓기 위해 갖은 수를 동원해서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대개 이단에 빠지는 이들은 은혜의 빛이 적은 자들입니다. 다시 말해 구원받을 영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설득하려고 해 봐야 결국 논쟁밖에 되지 않습니다. 바울은 한두 번 훈계하고 물러서라고 조언합니다. 무익한 일에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 말입니다.

이단에 관하여는 경계는 하되 지나친 개입은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소관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권한이 있다면 싸워야죠. 힘이 닿는 대로 싸우고 싸워서 몰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냥 내버려 두십니다. 전부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계 안에서 쉬이 이단 규정하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백이면 백 납득할 만한 이단이 있습니다. 반면, 신학적 입장이 다르다고 트집을 잡아 이단으로 몰아가기도 하는데 그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부디 무익한 싸움을 버리고 죄와 싸우길 권합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 하용조 편찬, 「비전성경사전」, 두란노
  • 한양훈, 「교회를 섬기는 자들에게」,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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