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빌레몬서 서론

이원범 2022. 4. 11. 20:05

바울이 로마에 수감 중이던 초기에는 면회라든지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되었습니다. 이때 인연을 맺은 오네시모라는 청년은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나서 바울의 수발을 들었습니다. 바울은 그로부터 사연을 전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청년은 노예였으며, 복음을 접하기 전이지만 주인에게서 재산을 훔쳐 달아난 전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로마에는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노예로 팔린 사람이 많았습니다. 노예는 사람임에도 개인의 재산과 다름없었습니다. 양도나 매매가 가능했고, 성과 노동력을 착취당했습니다. 로마에서 가장 하위 계층을 이룬 그들은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이 죽이면 죽어야 했습니다.

노예의 처우가 이러하니 오네시모는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공개 수배자처럼 마음을 졸였을 것입니다. 잡혀가서 심하면 십자가형으로 끔찍하게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바울을 만나게 된 일은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의 주인 빌레몬이 바울과 아는 사이였습니다. 둘 다 바울에게 은혜의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빌레몬서는 탄원서 형식의 글입니다. 로마법에 따라서 죽여도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는 오네시모를 위해 바울이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서신서 중에 가장 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랑 상관없다고 여기기 쉬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안에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사랑의 윤리가 들어있기에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신분제 사회인 로마에서 노예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였습니다. 노예 입장에서는 끔찍하겠지만 로마인들에게 노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노예를 가축처럼 부리면서 별로 거리낌이 없었을 것입니다. 오네시모가 주인을 피해 달아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갈망했겠지요. 누구의 소유가 되어 쓰고 버려지는 인생은 정말 비참할 것 같습니다.

바울은 골로새 교회의 빌레몬에게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오네시모를 종처럼 여기지 말고 사랑하는 형제로 대해달라는 부탁입니다. 이것은 그 시대의 배경을 고려할 때 말도 안 되는 말이었습니다. 만약 로마 사람이 들었다면 저 인간 제정신이 아니라고 소리쳤을 법합니다. 반대로 기독교 세계관 안에서 노예 제도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사람 위에 계신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빌레몬이 가짜 성도가 아닌 이상 바울의 뜻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회에 악법이 존재함은 인간이 타락하고 부패하였기에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교회 안에서는 하나님의 법과 질서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사회의 반기독교적 정서나 법 제정에 관해서는 너무 염려하거나 심각해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성도가 나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며 연합 단체가 목소리를 낼 일입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 조병호, 「성경통독」, 통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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