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호르 주석

누가복음 23

이원범 2024. 3. 3. 11:19

23:1 the whole company.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혐의가 없으므로 주동자들은 수적 우위를 내세워 발언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23:2 이들이 고발한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터무니없는 거짓에 속한다. 아마도 있는 사실만 가지고는 처형 판결을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성과 논리는 사라지고 격해진 감정만이 남은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은 왜 예루살렘이 멸망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13:34, 35).

23:3 Are you the King of the Jews. 그렇게 불리신 일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부인하지 않으신다.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이실 뿐 아니라 모든 열방의 왕이시다.

23:4, 5 예수께서 무고한 사실이 이방인 총독으로부터 증언됨은 참 오묘한 일이다. 그러나 고소자들은 승복하지 않고 더 언성을 높여가며 고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는 십계명 중 제9계명을 범하는 죄며(출 20:16), 남에게 큰 위해가 가해지는 위증은 거의 살인에 준하는 죄악이다. 하나님은 이러한 자들에 대해 당사자뿐 아니라 삼 사대까지 보응하신다(출 34:7).

23:9 made no answer. 빌라도가 고소 사건에 관해 질문한 것에 반해, 헤롯은 그저 호기심과 유희를 위한 질문밖에 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기적은 사람이 볼거리로 삼을 것이 아니므로 그를 상대하지 않으셨다.

23:15 비록 고약한 성격을 가지긴 했어도 헤롯은 예수님이 무죄하단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헤롯보다 더한 잣대로 예수님을 고소하는 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고약하단 말인가.

23:18 release to us Barabbas. 군중이 목놓아 외치는 '바라바'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명절을 기해 예수님을 놓아주려는 빌라도의 의중을 파악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것이다.

23:21 Crucify. 과거 로마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로 알려진 사형 방식이다. 죄수는 손과 발에 박힌 대못에 의지해 십자가에 달려 살을 찢는 고통과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어야 했다. 이는 노예나 흉악 범죄자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고소자들은 무고한 분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펼치고 있다.

23:26 laid on him the cross. 군병이 죄수에게 아량을 베풀 까닭이 없으므로 달리 이유를 찾으면, 그리스도께서 피를 많이 흘리셔서 운신하기 어렵게 기력이 쇠하였기 때문이다(막 15:15).

23:27~31 견디기 힘들 만큼 고달픈 순간임에도 위로받기를 원치 않으신다. 따르던 무리가 울어야 할 이유는 다름이 아닌 본인과 예루살렘의 죄 때문이다. 유대 지도자들이 저지른 악한 행위는 곧 예루살렘의 죄악이며 예루살렘의 온 백성에게 임할 재앙과 같다. 앞날에 있을 보응은 단지 악한 자들의 문제가 아니다(21:20~24).

23:30 Fall on us. 하나님의 진노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아마 죽음의 공포보다 더 극심할 것이며 피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23:33 The Skull. 오래전부터 처형장으로 쓰였는지 이름부터 살벌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사형수들이 고통 가운데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장소였다.

23:34 forgive them. 그리스도를 둘러싼, 그를 비난하며 조소하는 무리를 가리켜 하신 말씀이다(35~37). 예수님은 자기를 미워하는 자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긍휼히 여기신다. 이는 부드럽고 사랑 많으신 성품으로 가능한 일이다. 다만 분명히 알 것은 인간이 멸망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 지은 죄 때문이 아니다. 그리스도께서 대신 용서를 구하셨지만, 악인들은 하루에도 무수히 죄를 짓고 회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충분한 회개가 없으므로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23:38 This is the King of the Jew. 죄패에 적힌 이 문구는 공교롭게도 주님에 관한 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인지 깨닫는 사람은 소수의 눈물 흘리는 자들이었다.

23:43 Paradise. 천국을 일컬으신 표현이 아니다. 하지만 지옥을 말씀하심도 아니기 때문에 둘 사이에 모호한 장소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 행악자에 대한 처분은 '포도원의 품꾼들' 비유에서 맨 나중에 들어온 자와 흡사하다(마 20:6, 7).

23:44, 45 예수께서 고통당하시는 동안 하늘과 땅에 범상치 않은 이변이 발생하였음을 기록한다. 그리스도의 수난은 창세 이후로 전례가 없는, 천지 만물이 크게 애통해할 대사건이었다. 휘장은 사람의 힘으로 찢을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이것의 한가운데가 찢어짐은 하나님께서 직접적으로 손을 대셨음을 보여준다. 이는 서로 왕래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벽을 허물어뜨림과 같다.

23:46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시고 숨을 거두시는 장면이다. 예수님은 생애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을 아버지께 맡기셨고 온전히 순종하셨다(요 17:4). 이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받으시고(마 28:18) 만물을 그의 발아래에 복종하게 하실 것이다(엡 1:21, 22).

23:47 innocent. 죄인이라면 죽어가면서 원통해하고 욕과 저주를 쏟아냈을 것이 분명하다. 반면 예수님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다만 긍휼히 여기셨다. 가까이 목격한 자의 입에서 이런 증언이 나옴은 누구라도 그가 죄인이 아님을 부정하지 못하게 한다. 마태와 마가는 '의인'이란 말 대신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23:48 beating their breasts. 이들 중 일부는 주동 세력과 결탁한 자이거나 얼마 전까지 거친 말을 하던 자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가슴을 치고 애통하는 정도로 곱게 끝날 수 없다(시 6:6).

23:50~53 새로 등장한 요셉에 관한 소개는 계획적 살인이 공회원 전체가 가담한 사건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 뜻을 같이했지만 몇몇은 반대급부에 속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3:53 a tomb cut in stone. 바위 안에 묘실을 만드는 작업이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는 부유 계층에서나 소유할 법한 무덤이다.

23:54 Sabbath was beginning. 이 말은 장사 전에 거치는 여러 과정이 생략됨을 함의한다. 유대인들은 여전히 정결 예식에 관한 율법을 철저히 따르는 모양새다(레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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