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9

69장 사울이 죽다

사울은 블레셋의 침공에 대비하여, 수넴 맞은편 길보아에 진을 쳤다. 그는 꾸역꾸역 몰려드는 블레셋의 군세 앞에 간담이 녹았다. 그제야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고 매달려봤지만, 그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여호와는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선지자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으셨다. 크게 번민하던 사울은 신하들에게 죽은 자를 불러올리는 무당이 있나 찾도록 지시하여 엔돌에 조상의 혼령을 부를 수 있는 여자가 살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일전에 그는 이스라엘 내의 무당과 정령 숭배자들을 모조리 처형했던 적이 있었기에, 자신의 뜻을 철회하고 무당을 만나러 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사울은 단장품을 제하고 평범한 외투 차림으로 두 명의 신복과 함께 엔돌의 무당 집을 찾아갔다. “당신은 죽은 영혼을 불러오는 능력이 있..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67장 도망자

다윗은 행여나 가족에게 누가 될까 염려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제사장 아히멜렉이 있는 베냐민 놉으로 갔다. 그곳은 다윗이 여호와의 뜻을 묻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이며, 그에게 있어 가장 의지가 될 만한 장소였다. 아히멜렉은 다윗이 수하들과 함께 오지 않은 것이 의아스러웠고 불안감이 찾아들었다. “아무 일행도 없이 혼자 오다니 무슨 일 있습니까?” 다윗은 사울에게서 도망치는 자신의 상황을 밝힐 수 없었기에, 적당한 말을 찾아 둘러대었다. “주군께서 제게 임무를 맡기시면서 이 일을 비밀로 부치셨습니다. 수하들 하고는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곳에 혹시 먹을 것이 있습니까? 빵 다섯 덩이 정도 주실 수 있는지요?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괜찮습니다!” “보통 빵은 없고 거룩한 빵..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65장 시기질투

그날 이후로 다윗은 사울의 집안 식구처럼 받아져 관청에서 일하도록 직무를 맡게 되었다. 다윗은 무슨 일을 맡든지 아주 잘 해냈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하시면서, 그가 하는 일을 도우셨기 때문이다. 사울은 다윗의 수완을 인정하여 그에게 관위를 주고 군 지휘권을 넘겨주었다. 여호와께서 다윗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구원을 베푸시니, 다윗은 블레셋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나가서 싸웠고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세운 공적은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라 칭송받으며 백성의 사랑을 독차지하였고, 중신들에게 큰 신임을 얻었으며, 왕의 둘째 딸 미갈과 결혼하여 왕실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다윗의 인기가 사울을 앞지를 무렵, 한동안 잠잠하였던 강박증이 재발하였다. 악한 영들은 사울의 마음에..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63장 뜨는 해, 지는 달

한편, 사울은 여호와를 거역한 죄로 말미암아 흉악한 영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 영들은 그의 의지와 다른 갖가지 생각들을 주입하여, 그의 불안을 고조시키며 충동적인 행동들을 하게끔 만들었다. 때론 발작적으로 그 증상이 심해져 고통이 가중되었다. 그의 몸은 피로와 근심으로 수척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져 화를 내는 일이 잦았다. 사울의 신하들이 왕에게 말했다. “주공, 저희가 주공의 괴로움을 덜어드리고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무엇이오? 말해 보시오.” “주공께서는 마음에 생긴 병으로 고통 중에 계시니, 곁에 하프를 탈 줄 아는 사람을 두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프 연주가 주군의 번민과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리라 사료됩니다.” “그럼, 그리하도록 하라. 그런데 마땅한 자..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61장 주님의 뜻

어느 날 사무엘은 여호와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길갈 사울의 본거로 찾아왔다. 사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간 건강히 지내셨습니까? 어르신.” “예, 아무 탈없이 잘 지내고 있지요. 오늘은 왕께 여호와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사울은 그와 독대하고자 신하들을 모두 밖으로 물렸다. “말씀하십시오. 이 종이 듣겠나이다.”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시고 왕께 기름을 부어, 그분의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릴 왕으로 삼게 하셨습니다. 이제 여호와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십시오.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올라올 때 아말렉이 매복해 있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으니, 이제 내가 그들에게 원수를 갚겠다. 너는 이렇게 하여라. 아말렉과 전쟁을 벌이고 아말렉과 관계된 모든 것을 거룩한 저주 ..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60장 실언

아침이 밝아 왔다. 사울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블레셋 인들을 보며 밤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그는 휘하의 병사들에게 명령하였다. “이대로 추격을 계속할 것이다! 내가 적들에게 철저히 보복을 행하기 전에 무엇이든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을 것이다!” 그날 온 종일 이스라엘군은 산지에서 멀리 아얄론에 이르기까지 블레셋 인들을 추격해 죽였다. 그리고 적 진영으로부터 말과 무구들, 양식과 가축 떼를 전리품으로 취하였다. 저녁이 되자 병사들은 너무 기진한 나머지 탈취한 짐승들을 피도 빼지 않고 잡아먹었다. 몇 시간 휴식을 취하였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사울은 병사들을 사열시켰다. “오늘 밤 블레셋 인들을 추격한다! 밤새도록 약탈하고 전리품을 취해라. 블레셋 놈들을 한 명도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 ..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58장 불순종의 늪

얼마 지나지 않아서 블레셋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강한 위세에 밀려 패전을 거듭하였다. 유다 지역의 상당 부분이 그들에 의해 잠식되었고 베냐민 게바에 블레셋 수비대가 세워졌다.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섰으나, 사울의 아들이 요나단이 게바에 주둔하는 적들을 공격하여 적장을 죽이므로, 양 국가의 전면전이 다시금 발발하게 되었다. 길갈에 머물고 있던 사울에게 전령 한 사람이 급하게 달려와, 보고하였다. “보고 드립니다! 아벡에 집결한 블레셋 군세가 에브라임 산지 베델을 향하여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그래, 적의 수효가 얼마쯤 되느냐?” “선두에 병거 부대가 셋, 기병대가 여섯, 보병의 수는 너무 많아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울은 사태의 긴박성을 깨닫고 곁의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언약 내러티브 2021.06.23

56장 자격을 증명하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을 미스바로 불러 모아 제비를 뽑았다. 지파 중에 베냐민 지파가, 가문 중에 마드리 가문이, 가문 중에 기스의 아들 사울의 이름이 뽑혔다. 백성들은 그를 두고 함성을 내질렀고, 사무엘은 왕국에 관한 여러 규정과 법규를 가르치며 그것을 책에 모두 기록하여 성소에 두었다. 그 후 여호와의 영에 감동된 무리가 사울이 사는 기브아로 모여들었으며 그의 수하가 되었다. 그러나 그를 얕잡아 보는 세력도 더러 있었다. 자치권을 지닌 각 지파들의 연합에서 왕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 국가의 모습으로 체제가 바뀌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지파 조직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행정 기구나 관료제도도 발달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그에 따른 행정적 기반을 마련해..

언약 내러티브 2021.06.23

55장 기름부음 받은 왕

몇 날이 지난 후, 평소와 다름없이 제단 앞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있던 사무엘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내일 이맘때, 내가 베냐민 땅에서 한 사람을 보내 너를 만나게 할 것이다. 너는 그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아라. 그가 내 백성을 블레셋의 압제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이튿날 아침, 사무엘은 백성들이 준비해 놓은 희생제에 참여하기 위해 산당으로 향했다. 마침 성읍 입구 근처에 초행자로 보이는 사람 둘이 서있었다. 그중의 한 사람은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매우 준수하여 특히 두드러져 보였다. 사무엘이 그를 보는 순간, 여호와께서 일러주셨다. “이 사람이 내가 네게 말한 바로 그다.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키 큰 젊은이는 사무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언약 내러티브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