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27장 로마로 가다

이원범 2021. 6. 28. 12:15

  바울은 베스도의 승인하에 로마 황제 앞에 설 수 있는 공적인 자격을 얻게 되었다. 며칠이 지났을 때, 북방 여러 지역을 다스리던 왕 아그립바가 베스도를 방문하여 문안하였다. 그는 누이 버니게를 함께 데리고 왔다. 이 아그립바는 온 유대를 관할하던 헤롯 아그립바 1세의 아들이었다. 그의 방문 기간 중 베스도는 바울의 사건을 설명해 주었다. 그때 아그립바는 바울의 말을 직접 들어보고자 하였다.

  이튿날, 그 자리가 마련되어, 아그립바와 버니게는 크게 위엄을 갖추고 천부장들과 고위 관료들과 함께 재판정에 들어섰다. 바울은 여러 유력한 자들이 모인 곳에 이끌려 나왔다.

  이 재판을 주최한 베스도가 나와서 말을 시작하였다.

  “아그립바 임금님, 그리고 우리와 자리를 같이하신 여러분, 여러분이 보시는 대로, 이 사람은 예루살렘에서나 여기서나, 모든 유대 사람이 그를 이 이상 더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소리치면서, 나에게 청원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사형받을 만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황제께 상소하였으므로, 나는 그를 보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나는 그와 관계된 일을 황제께 써 올릴 만한 확실한 자료가 없으므로, 여기서 그를 신문해서, 내가 써 올릴 자료를 얻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를 여러분 앞에, 특히 아그립바 임금님 앞에 끌어다가 세웠습니다. 죄수를 보내면서 그의 죄목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그립바 왕은 먼저 바울에게 변론할 기회를 주었다. 바울은 많은 귀족 앞에서 복음을 증거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아그립바 왕이 유대의 모든 풍속을 익히 아는 자란 사실을 아고 그 앞에서 변론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바리새적 교육을 받은 자기 입장을 설명하였다. 지금 재판을 받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것에 대한 소망 때문에 고발을 당한 것이라 하였다.

  베스도가 조소하였다.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

  “내가 미친 것이 아니요. 참되고 정신 차린 말을 하나이다. 왕께서는 이 일을 아시기로 내가 왕께 담대히 말하노니 이 일에 하나라도 아시지 못함이 없는 줄 믿나이다. 아그립바 왕이여, 선지자를 믿으시나이까? 믿으시는 줄 아나이다”

  아그립바 왕은 선지자들이 에언한 특정한 사실에 대하여 알고 있던 자였다. 그러나 아그립바는 조롱조로 바울의 질문을 일축해 버렸다.

  “네가 적은 말로 나를 권하여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려 하는도다”

  “말이 적으나 많으나 당신뿐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이다.”

  바울이 말을 마치자, 아그립바 왕과 베스도 총독과 다른 동석자들이 함께 일어났다. 더 이상의 진술은 필요치 않았다. 바울은 고소당할 만한 아무런 혐의가 없었다. 단지 고소자들만 인정하지 못할 뿐이었다.

  아그립바 왕은 법정을 나서며 베스도에게 한마디 하였다.

  “그 사람이 황제에게 상소하지 않았으면, 석방될 수 있었을 것이오.”

  고소자들이 인정하든 못하든, 바울은 가이사랴 법정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바울은 로마 황제에게 상소함으로써 로마로 가게 되었다. 그는 몇몇 죄수들과 함께 로마 군대의 백부장 율리우스에게 맡기어졌다. 항해 도중에 지독한 폭풍에 휘말려 배가 침몰할 지경에 이르렀었지만, 분명한 약속이 주어졌던 그는 아무런 해도 받지 않았다. 로마에 이른 바울은 작은 셋집에 유숙하며 군인의 감시를 받았다. 비록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집안에 원하는 사람들을 들일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받았다.

  바울은 로마에 사는 유대인 중 높은 사람들을 초청하여 자기가 왜 로마로 호송되어 왔는지를 설명하였다. 바울은 동족에게 고소를 당하고, 로마 사람들에게 넘겨져 판결받게 되었다. 바울은 자신이 매인 이유가 이스라엘의 소망, 곧 메시아를 기다리는 소망 때문이라고 고백하였다. 로마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이전에, 바울에 대해 편지나 어떤 이야기도 들은 바가 없었다. 그가 대제사장 세력으로부터 이단자 취급을 받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바울이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의 사상에 대해 더 알기를 원했다. 그들은 날을 정하여 바울의 집에 모여들었다. 바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나님의 나라를 강론하였으며, 모세와 선지자의 말을 가지고 예수가 메시아이심을 증거하였다. 그중에 바울의 증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받기를 거부하고 흩어지는 사람이 있었다. 민족적 우월감을 가진 유대인들은 완고하게 메시아를 거절하였다. 오히려 이방 사람들이 메시아를 받아들이는데 수용적이었다. 바울은 그의 민족 유대인들의 불신에 대해, 성령이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이 옳다고 여겼다.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고 자부하던 이스라엘은 정작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없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았으며, 깨닫는 바도 없고 회개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의 구원을 이방인에게로 옮기셨다. 이방인은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 유대인과 구분된 외인이었지만 예수께서 피로 맺으신 새 언약으로 인해 그 구분은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방인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어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된다. 바울은 셋집에 머무는 동안, 그에게 오는 사람들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증거하였다.


이미지 by Sweet Publishing

'언약 내러티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6장 담대하거라  (0) 2021.06.28
125장 무리에게 변론하다  (0) 2021.06.28
124장 성전에서  (0) 2021.06.28
123장 겁먹지 말아라  (0) 2021.06.28
122장 매맞고 갇히다  (0)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