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기독교강요

기독교강요(초판) 24강 주기도문 해설

이원범 2021. 10. 31. 17:49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독생하신 아들의 이름을 믿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육신의 부모보다 크고 위대합니다. 간혹 부족한 부모는 자식을 버리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택한 자녀가 완전히 돌아서지 않는 이상 버리지 않습니다. 탕자의 비유에는 그의 부성적인 온유하심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비록 배은망덕하고 반역적이며 부정한 아들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아버지보다 훨씬 뛰어나고 자비로우신 분으로서 회개하는 자녀를 내치지 않고 은혜 가운데 받으십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이름이 갖는 의미는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습니다. 지칭하는 이름으로 그 존재가 설명된다거나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임은 하나님을 높이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은 이것을 통해 우리에게 하나님을 경배하도록 가르치십니다. 또 우리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 의해 높임을 받으셔야 한다는 뜻을 비치고 계십니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하나님의 나라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나라와 다릅니다.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말씀하셨습니다.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왕이시며 주권적으로 통치하시는 나라입니다. 주님께서는 믿는 자들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하여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일이 많이 일어나길 원하십니다.

전도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천국을 소유하여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으면 자연히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빛은 어둠을 몰아내고 사탄과 그의 왕국을 무너뜨립니다. 이 기도는 궁극적인 복음의 실현입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 이루어지이다"

이 기도는 위의 구절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시간상으로 아직 땅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조세계에서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존재는 사람과 그의 협력자인 사탄의 세력입니다. 하나님은 이 기도를 들으시며 먼저 기도자 본인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나아가서 가족과 나라에 복을 주십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면 나라가 복을 받는 이유가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독교를 핍박하는 나라는 온갖 악재로 인해 잘 되고 싶어도 잘 안 됩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어쩌면 가장 관심을 가질 기도 같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물과 복을 구하는 기도는 신앙인에게 무척 흔한 기도입니다. 무엇이든 구하라고 하실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버지이시므로 필요를 구하는 것은 매우 정당합니다. 아들로서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만약 지나친 욕망으로 쓸데없는 것을 구하지 않는다면 아버지께서 들으시고 응답하실 것입니다.

일용할 양식이란 쓰고 남음이 있는 많은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도로 받고 싶은 것은 욕망을 내려놓고 주의 음성에 기울인 다음 찾아야 할 것입니다. 자녀가 복 받고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한결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기적이고 교만한 존재이기 때문에 복을 미루실 따름입니다. 간구에 매달리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내면의 더러운 죄를 청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는 예외 없이 두 가지 입장을 가집니다. 누구로부터 피해자가 되었고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억울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가해자가 되어본 적이 없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가해자인 것은 확실합니다.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 앞에 죄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죄는 작은 것 하나라도 우리를 영원한 죽음에 빠뜨립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대속의 은총이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서를 바라는 가해자입니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우리에게 무례하며 흉악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 기도는 마음에 품은 원한을 풀고 완전히 용서하라는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용서와 사랑입니다. 하나님께 죄 용서를 받았다면 자연히 남을 용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사람이 시험을 당하는 이유는 자기 속의 죄가 죄를 끌어당기기 때문입니다. 전적으로 약함에서 기인하는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시험 거리를 조성하셨다는 생각은 지극히 빗나간 억측입니다. 따라서 이 기도는 하나님께 시험을 막아달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시험을 이기게 해달라는 요청입니다. 하나님은 시험이 안 생기게 해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를 제한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필연적으로 우리는 죄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죄성은 시험의 강도를 좌우합니다. 죄성이 심할수록 시험도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를 드리고 더불어 죄성을 버리기 위해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함으로 죄를 씻고 하나님의 은혜로 거룩해지면 더 이상 마귀가 우리를 흔들어 놓지 못할 것입니다. 참고로 마귀는 성도의 대적이면서 동시에 영적 훈련 교관입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우리는 이 고백을 통해 믿음을 더하며 하나님을 기뻐합니다. 현재 어렵고 고단한 일이 있어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아버지께서 영원한 나라의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 안에서 우리는 평온히 안식을 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