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열왕기상 서론

이원범 2021. 12. 15. 15:43

열왕기상은 제목이 그러하듯 열왕들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는 솔로몬의 행적으로 채워져 있으며, 나머지는 남북 왕국 열한 왕의 기록입니다. 왕마다 분량은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세상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왕실과 조정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 가치로 읽는 책이 아닙니다. 왕들의 행실과 그에 대한 평가를 읽고 신앙적 교훈을 얻기 위함입니다. 본서에는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였더라" 혹은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더라"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주의 음성대로 주께서 판단하시는 바를 기록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특징은 바르게 행한 왕의 표준으로 다윗을 언급하고, 악을 행한 왕은 북왕국 여로보암에 비교했습니다.

솔로몬은 통일 왕국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왕입니다. 가장 찬란한 영광과 부를 누린 인물로 기록됩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세계 판도와 영예 및 권세에 있어 최절정에 달했습니다. 다윗이 오래전부터 고대한 성전이 완공되었으며, 예루살렘 등 여러 도시에 선진적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역사적인 시대를 맞이함으로 인해, 절반의 분량이 솔로몬에게 할애된 것 같습니다.

다만 그의 범죄로 통일 왕국 시대가 끝나버린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년에 하나님께 신실하지 못한 결과, 후대에 이르러 왕국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후에 나타난 왕들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의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드물기도 하고, 혼란한 때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나치게 악한 왕들은 그나마 분량이 길어서 기억에 잘 남습니다. 여로보암과 아합이 그 주인공입니다. 둘 다 북왕국을 다스렸으며 나라를 우상숭배로 어지럽혀 놓았습니다.

분열 왕국 시대는 쇠락의 시대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그들을 잡으신 손을 놓은 것만 같았습니다. 원인은 죄 때문입니다. 죄로 더러워지면 하나님은 멀리하십니다. 분열로 인해 초래된 결과는 약해진 국력입니다. 강성할 땐 머리를 조아리던 국가들이, 약해지자 돌변하였습니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은 시기를 잘못 타고난 것도 있지만 처신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죗값과 더불어 자신의 오만함이 백성들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하나님께선 왕국을 갈라놓으셨지만, 나중에 회복시키실 뜻이 있었습니다. 죄를 회개하고 겸허히 자신을 낮춘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르호보암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비얌과 아사도 마찬가지로 회개하지 않았고, 북왕국과 나쁜 감정만 가진 채 서로 싸웠습니다. 사사기 이후로 찾아온 혼돈의 역사였습니다.

열왕기를 읽으면 대체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입니다.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는 왕들은 제가 느끼기에도 참 답답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왕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왕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다윗처럼 뛰어난 왕도 요압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습니다. 간혹 중신들보다 아내의 입김이 강하기도 합니다. 또한 민심도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왕과 중신들, 백성은 필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따라서 왕이 악한 길로 행한다면 비중이 높은 순으로 왕, 중신들, 민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와 관련해 다른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선대 왕이 죽은 후 왕위를 물려받아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는 왕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자리가 익숙하지 않고 미천한 경험으로 인해 신하들을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경험 많은 중신들은 왕이 약하다고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왕이 왕다운 정치를 하려면 선왕이 살아있을 때 왕위를 이어서 수렴청정을 받으며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그게 안 될 때 왕권에 간혹 문제가 생깁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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