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에리의 아들 호세아는 아모스, 이사야와 동시대의 사람이며 북왕국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때는 여로보암 2세가 다스릴 때인데 대외적으로 상황이 무척 좋았습니다. 외부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스라엘은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였습니다.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물질적 풍요까지 더해지니 참 살맛 났을 것입니다.
간혹 너무 재밌는 것에 빠지면 다른 것을 신경 쓰지 못합니다. 드라마가 재밌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분열이 촉발된 시점에서 이스라엘은 정체성에 금이 갔습니다. 마치 두 집 살림하는 바람둥이처럼 기쁜 날엔 정부의 집에서 실컷 즐기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만 본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때고 정신을 못 차리고 둘 사이에서 머뭇거렸습니다. 호세아 때에는 급기야 하나님을 배신하고 바알에게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이 바알의 손에 붙잡혀 영영 멀어져 가는 상황에서, 호세아에게 내리신 명령은 이것이었습니다.
"너는 가서 음란한 여자를 맞이하여 음란한 자식들을 낳으라 이 나라가 여호와를 떠나 크게 음란함이니라"
평소 같았으면 이런 말씀은 안 하셨을 텐데 가혹하리만치 호된 명령이었습니다. 그만큼 이스라엘이 하는 행동이 악했습니다. '음란하다'는 말은 성적 어필을 과하게 한다든지 이성 관계가 복잡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혹은 이상 성욕처럼 정상 범주를 벗어나서 성욕을 느낄 때 음란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성욕이 왕성하고 이상 성욕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를 일러 음란하다고 말합니다.
성욕에 관하여 잘 모르는 사실로 인해 그것이 체질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욕이 배나 강하고 혹 남들의 반도 안 되게 적은데, 그 원인을 몸의 체질에서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체질이기 이전에 과도한 성욕은 몸을 해롭게 합니다. 몸을 망치는 체질이란 것이 있다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요. 성욕이 강한 것은 체질과 관계없이 영의 작용입니다. 음란의 영이 몸에 많으면 수시로 성욕을 느끼며 강한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또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 여러 번을 해야 하고, 한 사람으로는 부족해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이상 성욕의 경우 본인의 성적 기호에 따라 다른 영이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때리면서 쾌감을 얻는 사람은 속에서 폭력의 영이 그렇게 하도록 부추깁니다. 노출을 통해 쾌감을 얻는 사람은 본래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상 성욕은 전에 없었는데 어느 일을 계기로 생기기도 합니다. 안 좋은 사례입니다만 겁탈을 당하고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몸이 더러워진다고 느끼는데 몸 안의 영도 더럽혀집니다.
고멜은 호세아와 결혼하고 몇 년간 오손도손 잘 지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 번째 자녀를 낳고 나서는 집을 나갔습니다. 남편이 싫어서 버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상 성욕이 분출하는데 정숙한 남편이 이를 해소시켜 주지 않으니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호세아 역시 집 나간 아내로 인해 참아야 했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대신에 백성에게 버림받은 하나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되는 점은 고멜은 호세아가 가서 불러왔으나 이스라엘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만약 고멜처럼 돌아왔으면 최악은 면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망했습니다. 우상숭배와 넘치는 죄악으로 망한 것 같지만, 달리 말하면 죄를 회개하지 않아서 망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회복되리라는 약속을 주셨습니다. 값을 다 청산한 시점에는 다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진노를 그치시며 사랑해 주실 것입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