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3 '하나님 나라'의 특징을 보여주는 이 비유들은 마태복음에 기록된 예수님의 세 번째 교훈에 해당한다. 일련의 비유는 '이 세대'의 배척과 맞물려 진리를 드러내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숨기는 역할을 겸한다.
13:3 parables. 헬라어 원어는 '비유'뿐 아니라 '속담, 잠언, 수수께끼' 등 여러 표현으로 번역되는 용어다. 여기서 비유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끌어낸 일종의 통찰로서, 진리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된다. A sower.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상으로, 청중들 가운데 일부는 밭에서 일하는 농부였을 것이다. 이어서 설명해 주시겠지만, 이 비유에서 '씨를 뿌리는 자'는 예수님을 상징한다.
13:11~17 하나님 나라의 신령한 지식은 만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동일한 말씀을 들어도 깨닫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뉘며 지식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에 따른 결과며 택자들에게 베푸시는 은혜이기에, 누구라도 그의 뜻하신 바에 감히 항명할 수 없다(고전 10:22).
13:19 word of the kingdom.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이미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표현하는 어구다(12:28). 듣고 깨닫는 자는 믿음이 그 속에서 역사하는 것이요 그렇지 못하다면 들은 것마저 잊힐 것이다.
13:20~22 두 가지의 경우 일단 씨가 뿌려졌지만, 환경적 요인이 성장을 가로막았다. 돌밭은 환난과 박해를 상징한 표현이고, 가시덤불은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이다. 곧 제자가 되려면 마주하게 될 험난한 여정을 가리키는데, 이는 믿음의 진정성을 입증해 보일 수단이자 과제로 주어지는 것이다.
13:22 deceitfulness of riches. 재물은 하나님께 받은 복이면서 욕망을 자극하는 시험거리이기도 하다.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사랑하게 되면 그에게 부는 축복이 아니다(딤전 6:9).
13:23 who hears the word and understands it. 경기에서 룰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어떤 활약을 보여도 득점 혹은 가산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하나님 나라에서 행한 일을 인정 받으려면 따라야 할 룰이 있다. 그것은 감춰진 비밀이며 온전히 깨닫기까지 말씀을 들어야 한다. 각 사람의 깨달음이 다르고 순종이 다를진대, 열매 맺는 과정에서 격차가 벌어진다(25:16~18).
13:25 sowed weeds among the wheat. 여기서 '밀'과 '가라지'는 단순히 곡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성경적 세계관에서 대치 구도를 이루는 하나님 편에 선 자와 마귀에게 속한 자를 가리킨다(13:38). 이 중에 어느 쪽도 가입하지 않은 중립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전자가 선인, 후자가 악인이라는 해석은 큰 오류를 낳을 것이다(합 1:13).
13:31 mustard seed. 갈릴리 들에서 자생하는 겨자의 씨앗. 크기가 매우 작은 탓에 작다는 표현에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하나님 나라를 비유적으로 일컫는다.
13:32 얼마 보지 않은 사이에 몰라보게 커 있는 아이들처럼, 하나님 나라는 인상적이고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룩할 것이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가지에 깃들이는 심상은 겔 17:23을 떠올려준다. 여기서 새들은 확장되는 복으로 인해 메시아 안에서 피할 곳을 얻는 이방 나라를 상징한다(창 17:4).
13:33 like leaven. 누룩으로 빵이 발효되는 과정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느리다. 처음에는 아무런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는 고요히 성장하여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그 실재를 드러낼 것이다.
13:34, 35 예수께서 비유로 가르치심은 뜻밖의 일이 아닌 시 78:2에 예고된 바다. 선지자로 지칭되는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기록했고, 하늘 아버지의 보내심을 받은 예수님은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신다. 비유는 하늘의 감추어진 것을 택자에게 드러내는 계시다.
13:37 Son of Man. 8:20 해설 참조.
13:41 gather out . . . all causes of sin. 마지막 때에 대적자와 악인들은 있던 곳에서 따로 분리되어 심판에 넘겨질 것이다. 천사들을 보내리라는 말씀에는 전능자 하나님의 신적 권위가 담겨있다.
13:42 fiery furnace. 지옥에 대한 신학적 해설 참조.
13:43 shine like the sun. 미래에 있을 종말론적 축복에 대한 암시다(단 12:3).
13:44~46 지금까지 감춰진 비밀이 비유를 통해서 드러난다. 천국의 가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영적으로 우매하여 깨닫는 바가 적고 사모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천국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돈이나 명예에 집착하지 않으며 향락 앞에서 초연한 태도를 지닐 것이다(빌 3:8).
13:47~50 이 비유에서 밝히고자 하는 요지는 선인과 악인의 분리며, 최후에 내려질 판결이다. 이 땅에서 어느 지위에 오르고, 무엇을 누렸든지 간에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눈 밖에 나는 일은 가장 안타깝고 불행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13:52 every scribe. 많은 서기관이 말과 모순되는 행실 혹은 경건을 과시하려는 경향 탓에 책망을 면치 못했다(6:5, 16). 그들은 스승으로서 대중에게 모범이 될 자들이 아니었다. 다만 개별적으로 언급된 소수만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던 것으로 기록한다(막 12:34). trained for the kingdom. 기존 서기관들에 대한 예수님의 평가는 수준 이하다. 그에 비해 제자들은 하늘의 비밀과 새 약속을 전해 들었다. 하나님의 일군은 세상의 인정이 아닌 하나님께 부여받은 권한과 지식으로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갈 1:1).
13:53~58 고향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다가 배척받으신 일을 기록한 단락이다. 고향 주민들은 예수님을 배척한 여러 경우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유형이다. 그들은 권위 있는 가르침과 전대미문의 기적이 펼쳐짐에도 심령의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육신적 유대를 가지고 있는 이유로 내면의 본질을 알려고 하지 않는 어리석음의 발로다.
13:55 carpenter's son. 요셉의 직업이 목수거나 목재 및 석재를 다루는 일에 종사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저들의 논지는 예수께서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13:58 치유의 기적은 하나님 나라의 임함과 동시에 일어나며 그 나라 백성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라고 여겨진다(12:28).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선포와 별개로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그들이 믿음으로 반응했더라면 회개와 더불어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고 또한 치유와 회복의 신비한 역사가 많이 나타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