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9

125장 무리에게 변론하다

잠시 후 병영에 도착해 들어가서 바울은 그리스 언어로 경비대장에게 물었다. “한 가지 청을 드려도 됩니까?” 경비대장은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바울의 얼굴을 주시하였다. 바울이 제국의 공용 언어인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함을 적잖이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그리스 말을 할 줄 아는군. 그럼 한 가지 묻겠소! 얼마 전 여기서 폭동을 일으키고, 추종자들 사천여 명을 데리고 광야로 잠적한 자가 있었지. 주동 인물이 이집트인이었는데, 혹시 당신이 그 사람이오?” “아닙니다. 나는 길리기아 다소 태생으로, 유대인이며 그 도시 시민입니다. 그러니 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알았소. 마음대로 하시오.” 바울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층계 위로 올라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무리는 더욱 광분하여 ..

언약 내러티브 2021.06.28

124장 성전에서

이방인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시간표는 계속 진행 중에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바울은 로마로 가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해야 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성령께서 거듭 그에게 말씀하신 것으로, 그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이자 명령이었다. 다만 그 일은 고난과 희생의 값을 치르고서야 감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바울은 다시 만나지 못할 교회의 형제자매들을 찾아가 작별을 고하고서, 일행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출발했다. 그동안 사선을 넘나들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분투한 바울이지만, 이번 예루살렘행은 다른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서 떠나는 여정이었다. 왜냐하면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은 특히나 모세의 율법에 큰 자부심을 가진 자들로서, 그와 상반된 가르침을 전하는 바울에 대해 몹시 분개하..

언약 내러티브 2021.06.28

117장 핍박

예루살렘에 교회가 형성되고부터, 지도 격 사도로서 중직을 맡은 베드로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성령께서 함께 일하심으로 민간에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났다. 제사장 중심의 낡은 종교 체계는 빛이 바래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반면, 교회에는 감격이 있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그리하여 도처의 유대인들이 제자가 되기 위해 유수처럼 교회로 모여들었다. 그 결과 사도들을 바라보는 유대 권세자들의 시각이, 과거 예수님을 시기하여 죽이고 싶어 하는 때와 같이 변하였다. 또다시 비극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이 예고되었다. 그날도 사도 베드로와 요한은 솔로몬 행각에서 예수의 부활과 주되심을 증거하고 있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곧 우리 조상..

언약 내러티브 2021.06.27

116장 오순절 성령 강림

제자들은 다락방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오로지 기도에 힘썼다. 약속을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그들의 마음 중심을 강력하게 사로잡은 것이다. 모임 장소로 사용되던 다락방은 기도의 열기로 뜨겁게 타올랐다. 모인 자들 사이에는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와 친동생들도 있었다. 그렇게 열흘이란 시간이 지나고, 때는 오순절 절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제자들이 다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느닷없이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일더니 성령께서 들불처럼 무리 사이로 임하셨다. 그들은 성령님의 강권적인 주도하에 저마다 자기도 모르는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마침 예루살렘에는 바대, 메디아, 엘람, 메소포타미아, 유대, 갑바도기아, 본도와 아시아, 브루기아와 밤빌리아, 이집트, 구레네에 속한 리비아, 크레타, 아라비아 등..

언약 내러티브 2021.06.27

107장 성전 청결

예루살렘은 주요 명절을 앞두고 있던 연유로 인해 절기를 지키러 온 순례객들로 전 시내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그들의 복장으로 보아 여러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님 일행은 곧장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다. 성전 입구를 통해 이방인의 뜰로 들어서자, 그곳은 시장터를 방불할 만큼 소란스러웠다. 성전 경내의 추잡한 매매 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소나 양, 비둘기 울음소리와 환전상의 흥정하는 소리가 성전 경내를 가득 매웠다. 또한 그들의 매매 행위는 고위 제사장들의 탐욕에 의해 철저히 부패해 있었다. 그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예수께서 가죽으로 된 끈을 집어 드시더니, 있는 힘을 다해 휘두르는 것이었다. 둔탁한 파열음이 울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

언약 내러티브 2021.06.27

106장 겸손하신 왕

예수께서 공적 사역을 시작하신지도 3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가장 큰 사랑과 자비가 역사 가운데 실현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동안 유대 백성들은 주님께로부터 다양한 표적을 보았고 가르침을 받았다. 모두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다. 비록 그분을 메시아와 구주로 믿는 자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택하신 귀한 자녀들이었다. 유월절이 가까이 이를 무렵, 주님 일행은 예루살렘 순례길에 올랐다. 예루살렘에는 과격한 유대 주의자들이 다수 운집해 있어서 다른 어디보다도 가장 드센 저항을 받았던 곳이지만, 예수님은 개의치 않으시고 길을 떠나셨다. 그 길에 열두 제자와 갈릴리로부터 온 많은 동행자들이 함께 했다. 예루살렘을 향해 한참 나아가던 도중, 예수께서 ..

언약 내러티브 2021.06.27

97장 두 소년

오래 지나지 않아 헤롯은 죽었고, 요셉의 가족은 천사의 인도를 받으며 고향 유대로 돌아왔다. 당시 유대는 부왕 헤롯 못지않게 잔혹하다는 아켈라오에 의해 다스리고 있었다. 요셉은 유대에 머물기가 두려워, 헤롯의 다른 아들인 안티파스가 다스리는 갈릴리 나사렛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예수께서 열두 살이 되던 해, 유월절이 가까웠다. 당시 유대인들은 매해 첫째 달 14일을 유월절로 지키라는 율법에 전통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이는 언약의 요구를 무시한 대가로서 나라가 망하고 외세에 억압당한 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던 연유였다. 그때 이후로 분명 그들은 이방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유월절 절기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요셉 역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리아와 아이들을 데..

언약 내러티브 2021.06.26

71장 내가 너를 위하여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은 아브넬 없이 기울어져 가는 가문을 바로 세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가고 혼자 남은 그는, 반심을 품고 있던 두 군장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이스보셋에게는 후사가 없었으므로 서열로 볼 때 그다음이었던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후계를 이을 사람이었지만, 그는 사고로 다리를 다친 불구자였다. 아브넬로 인해 결집하였던 동이스라엘은 아브넬의 죽음으로 국운을 다하고 와해되어 버렸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가 헤브론에서 다윗 왕을 만났고, 여호와 앞에서 그와 언약을 맺었다.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때로부터 이십여 년이 흘러 그의 나이가 중년에 이르렀을 즈음에 일이었다. 모든 것을..

언약 내러티브 2021.06.24

예루살렘

다윗은 여부스 사람들이 차지하던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그곳으로 수도를 옮겼다. 예루살렘은 헤브론보다 지리적으로 중앙에 가깝고 지파 면에서 중립적이었다. 그때부터 예루살렘은 다윗성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기원전 586년 바벨론의 포위 공격으로 멸망할 때까지 다윗 왕가의 정치적 수도로 자리하였다. 해발 800m 구릉지에 세워진 예루살렘은 언덕과 골짜기로 이루어진 천연 지형으로 인해 요새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서북 방향은 고도 차이가 적지만 성으로 진입하는 다른 길목은 세 개의 골짜기에 의해 가파른 경사지가 만들어진다. 하나는 감람산 사이에 놓인 기드론 골짜기, 성 서쪽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굽어지는 힌놈 골짜기, 성의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티로포에온 골짜기다. 이러한 연유로 외적이 쳐들어올 때 주로 북..

신학 가이드 2020.02.21